고위험신생아 임종에 대한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의 대처 경험
Neonatal ICU Nurses’ Coping with Death of High Risk Newb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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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Objectives
This study aimed to explore neonatal ICU nurses’ coping with stress from the death of high risk newborns.
Methods
Participants were 26 nurses working in a neonatal ICU. Five focus group interviews and one 1:1 interview were conducted guided by stress-coping model. Each interview lasted about two and a half hours. A directed content analysis was conducted.
Results
Nurses’ primary appraisals to stress from the death were being frightened and feeling guilty, empty and ambivalent. Secondary appraisals were responsibility for recovery, uncertainty and being overwhelmed. Coping strategies were empowerment, emotional relieving, keeping distance, avoidance and being blunt. Lastly, meaning-based copings were ‘carrying on’ the death of newborns, being dignified, and getting energy from patients’ recovery.
Conclusions
The death of newborns were stressful regardless of participants’ careers. They believed that they would carry on the stress for the rest of their lives. Nurses need team- and organization-wide support in order to overcome the stress. It is important to provide stress management programs including timely debriefing and mentoring.
서 론
고위험신생아는 출생 후 적응이 어렵거나 사망률과 이환율이 평균 이상인 신생아로 미숙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미숙아는 재태주수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경우를 지칭하며 출생체중에 따라 2,500 g 미만은 저체중출생아, 1,500 g 미만은 극소저체중출생아, 1,000 g 미만은 초극소저체중출생아로 구분된다[1]. 미숙아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50만 명이 태어나고 한국의 경우 1995년 18,232명에서 2005년 20,521명, 2015년 30,462명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2]. 이는 국내 출생아수 감소에 반하는 현상이며 출생체중과 재태주수가 낮을수록 사망위험은 증가한다[3].
고위험신생아는 출생과 동시에 호흡을 돕는 소생술이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에 의해 집중치료를 받게 된다[4]. 고위험신생아의 회복을 위해 집중치료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임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며 이는 의료진과 보호자에게 다른 연령층의 임종보다 고통과 슬픔의 수준이 높은 스트레스를 초래한다[5,6]. 사망 선고 후 고위험신생아의 사후 처치 과정 또한 간호사에게 깊은 슬픔과 무력감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었다[7]. 국내 일개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고위험신생아를 살리기 위한 ‘사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종을 맞이한 결과에 대한 ‘정서적 고통’을 토로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새로운 환아를 살리려는 ‘기대감’ [8], 고위험신생아 간호 관련 지식 향상, 호스피스(hospice) 완화 간호에 대한 교육, 죽음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고취 등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9,10]. Kang and Bang [11]은 소아 및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를 대상으로 환아의 죽음에 대한 자기성찰을 통해 개인적 성장과 소진 감소의 긍정적인 변화를 보고하였다.
국외에서도 신생아와 소아 환아의 임종을 경험한 간호사를 대상으로 이들이 슬픔을 표현하도록 지지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업무 소진과 만족도 저하를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12]. 또한 간호사 개인 차원을 넘어 멘토-멘티(mentor-mentee) 프로그램을 제공하였고[13], 간호사 개인뿐만 아니라 의료진과 임종 환아의 가족을 포함한 그룹을 형성하여 호스피스 의료 간호에 대한 훈련을 제공하며 죽음에 대한 논의와 이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을 지지하였다[6,14,15].
종합하면 고위험신생아의 사망은 환아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한 간호사에게 매우 강도가 크고 충격적인 사건으로 이에 대한 지지가 필요하다. 국외 연구결과 임종으로 인해 간호사가 받는 부정적인 영향을 먼저 심도 있게 확인하고 이들이 함께 하는 의료진 그리고 환아의 가족과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제언하였다. 이는 개인의 스트레스 경험과 이에 대처하는 양상을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근거하여 접근한 스트레스-대처 모델[15]의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고위험신생아의 임종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 대한 연구를 스트레스-대처 모델에 입각하여 파악하는 것은 이 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돕고 이를 지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고위험신생아 임종 경험을 탐색하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 대처 과정을 확인하고자 시도되었다.
연구 방법
본 연구는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의 고위험신생아 임종에 대한 경험과 대처양상을 파악하기 위한 질적 연구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와 일대일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는 참여자 그룹과 연구자가 주어진 현상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결과의 분석을 통해 그 현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방법이다. 이는 연구 대상자의 조건에 맞는 참여자가 한 자리에 모여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그 현상에 대해 다양한 측면을 파악하는 것으로 연구 주제의 특성에 따라 일대일 면접보다 다양한 측면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연구방법이다[16]. 본 연구 주제인 고위험신생아의 임종은 일상적인 대화에서 쉽게 다루기 어려운 주제로 동일한 경험을 한 간호사가 모여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함으로 대화를 촉진시켜 심도 있는 경험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시도하였다. 본 연구 참여 교수는 질적 연구 분야 전문가이며 주 연구자는 신생아 중환자실 근무경험 8년 이상으로 질적 연구 수행을 위해 다양한 수업과 세미나에 참석하며 경험을 쌓았다.
연구 참여자 모집
본 연구 참여자 모집을 위해 주 연구자가 신생아 중환자실의 간호사에게 본 연구에 대해 알리고 참여자에게 다른 참여자를 소개받는 눈덩이 모집(snowball sampling)을 시행하여 26명의 간호사를 모집하였다. 이들을 고위험신생아를 단독으로 담당하기 시작하는 신생아 중환자실 경력 3년을 기준으로 구분하고 근무 시간을 고려하여 5개의 초점 집단을 구성하였으며 개인 일정으로 참석이 어려운 간호사 1인은 일대일 면담을 실시하였다.
면담 진행 및 자료 분석
면담의 가이드라인은 스트레스-대처 모델[15]에 입각하여 스트레스에 대한 평가(일차와 이차), 대처 노력과 의미기반 대처를 중심으로 하였으며 연구진의 회의를 거쳐 완성하였다. 일차평가는 신생아 중환아의 사망에 대한 간호사의 인식으로 ‘키우던 신생아가 죽었을 때 선생님의 심정은 어떠했나요? 어떤 점이 선생님에게 스트레스였나요?’, 이차평가는 자신이 스트레스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지 또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로 ‘선생님은 신생아의 사망에 대해 대처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그렇지 않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대처 노력은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이며 마지막으로 의미기반 대처는 ‘신생아의 사망에 대처한다는 것이 선생님께 어떤 의미인가요?’로 구성하였다.
면담은 참여자들이 희망하는 찻집의 독립된 방에서 진행하였으며 먼저 연구의 목적과 의의를 설명하였다. 이어서 연구 진행 과정, 연구참여자의 비밀보장, 중도 포기 가능함과 면담 후 분석 내용에 대한 참여자의 검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연구 참여와 면담 내용의 음성 녹음에 대해 서면 동의를 받았다. 이후 자유롭게 참여 동기 등에 대한 이야기로 면담을 시작하였다. 면담은 주 연구자와 공동 연구자가 진행하였고 각각 2시간 30분-3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참여자들은 면담을 통해 자신이 해소했다고 생각했던 임종 스트레스가 아직도 남아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렇게 자신의 임종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쌓아두었던 스트레스가 일부 해소되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였다. 모든 참여자가 임종 스트레스를 경험한 간호사들이 주기적으로 만나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함을 제언하였다. 자료 수집은 2017년 9월 1일부터 10월 25일까지이며 녹음된 면담 내용은 전문 스크립터에 의해 전사되었다. 면담 직후 연구자가 면담내용과 관찰된 행동 등을 기록한 필드노트를 검토하고 주요 내용을 확인하며 이 과정을 통해 추가로 필요한 부분은 재면담을 통해 확인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내용분석(directed content analysis)을 적용하였다. 이는 질적 연구 자료의 분석 시 기존에 제시된 이론의 틀을 기초로 하여 자료를 분석하는 것으로 스트레스 대처 현상의 분석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준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스트레스 대처 현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킬 수 있다[17]. 본 연구에서는 주 연구자와 공동연구자 1인이 각자 2회의 면담자료 전체를 통독하고 스트레스-대처 이론의 영역에 해당하는 기술을 묶고 주요 내용을 분석한 후 두 분석을 비교하고 이 결과를 2인의 전문가가 검토하여 이차평가, 긍정적 재평가에 대한 이견을 토론을 통해 합의에 이르렀다. 스트레스 대처 이론에서 이차평가는 신생아 임종이라는 스트레스 사건에 자신이 대처할 수 있는가에 대한 평가이다. 본 연구 참여자들은 각자의 역할이 이미 정해져 있는 신생아 중환자실에 속하여 있기에 이를 대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보다 대처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크게 경험하고 있었고 이를 위한 지지방안에 대한 제언을 제공하였다. 합의된 코딩은 전체 면담에 적용하여 최종 테마와 해당하는 기술을 정리하였다. 본 연구는 연구자 소속 기관인 한림대학교의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승인(IRB No. 2017-07-024-005)을 받았다.
연구 결과
본 연구 참여자는 모두 여성이며 평균 28세(24-39세), 미혼이 81% (21명)이며 73% (19명)는 종교가 없다고 응답하였다. 신생아 중환자실 경력은 평균 4.5년이었다. 고위험신생아실에서 임종을 경험하기 전 타 부서에서 임종을 경험한 참여자는 4명이며 참가자 중 4명을 제외하고 모두 가족을 포함한 가까운 지인의 임종을 경험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고위험신생아를 ‘키운다’라고 표현하였으며 ‘정말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대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의 죽음은 간호사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또한 간호사가 담당하고 있는 사후 처리와 부모 대면, 사체를 영안실에 보내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으며 ‘잔상이 많이 남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로 진술하였다. 참여자들의 고위험신생아 임종 경험을 스트레스-대처 이론을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Table 1).
일차 평가: 충격적, 죄책감, 허망함, 양가감정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회복을 기대하며 자신이 ‘키우던’ 고위험신생아의 사망을 일차적으로 매우 심각하고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였다.
‘너무 무섭고 충격적이어서 머리가 멍해지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3년 이하)
특히 신규 간호사나 처음 임종을 경험한 경우 ‘혹시나 자신이 놓친 것이 있을까’ 하는 죄책감도 경험한다고 하였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환자를 더 직접적으로 간호하기 때문에 신생아의 죽음을 대했을 때 내가 뭘 잘못해서 아기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해요.’ (3년 이하)
경력 간호사의 경우 죄책감보다는 의료진들이 신생아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후 느끼는 ‘허망함’을 호소하였다. 특히 간호사가 자식이 있는 경우 신생아의 부모와 연령대가 비슷하고 자신의 아이도 떠올라 고위험신생아에게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한 경우 이에 대한 허망함이 크다는 호소를 하였다.
‘최선을 다했고 할 수 있는 건 다했으니 후회는 없어요. 하지만 그렇게 가버리니 허망하죠.’ (3년 초과)
경력과 무관하게 참가자들은 회복 시 평생 후유증이 남아 정상적인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었던 아이의 임종에 대해 살리지 못한 안타까움과 함께 미안함과 안도감이 공존하는 ‘양가감정’을 토로하였다. 또한 임종과 동시에 많은 업무가 종결되는 것에 대해서도 미안함과 안도감이 공존하고 이로 인한 미안함을 토로하였다.
‘아기가 살아나도 다른 아기들처럼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할 것 같다는 마음이 컸던 경우는 아기가 죽은 건 너무 안타깝고 슬픈 일인데 한편 살았어도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고 (중략) 그런 생각을 하는 제 자신이 죽은 아기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편치 않아요.’ (3년 초과)
‘아기가 임종이 임박해서는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고 힘들고 그러다가 갑자기 다 해결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일이 없어져서 편안해지고 그런 상황이 아기에게 미안하고 그래요.’ (3년 이하)
이차평가: 불확실함, 버거움, 책임감
이차평가는 유발된 스트레스 상황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정서적 반응을 조절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가에 대한 평가이다[15]. 본 연구 참여자들의 이차평가는 ‘불확실함’과 ‘버거움’의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모든 참가자들이 고위험신생아의 사망은 다른 연령대의 사망 사건과 다르며 일반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들이 이에 대해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불확실하다’는 평가를 하였다.
‘흔히 경험하는 일이 아니라서요.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3년 이하)
‘나는 그래도 적응한 줄 알았는데 적응한 것 같다가도 문득 떠오르고 해요.’ (3년 초과)
참가자들은 또한 스트레스원인 고위험신생아 임종과 사후 처리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많은 업무량으로 인한 ‘버거움’을 호소하였다. 즉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간호사 1인이 담당해야 할 기본적인 업무량이 많고 특히 임종이 임박해지는 상황이 되면서 각종 검사와 투약, 기록 등 업무량이 급증하여 이를 오류 없이 수행해 내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 자체가 너무 많아서 뭘 더 할 수 있을지 부담도 돼요.’
따라서 참가자들은 신생아 중환자실의 업무량과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각자의 업무에 대한 ‘책임감’으로 임종 스트레스에 대응하고 있다고 하였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고민해 봐야죠. 한 아기만의 간호사는 아니니 적응해야죠.’
대처 노력: 역량강화, 감정 덜어내기, 회피하기, 거리두기, 무뎌지기
스트레스 원천에 대한 대처 노력은 대상자가 일차와 이차평가로 인해 인식된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실제 사용하는 전략으로 문제관리(적극적인 대처, 문제 해결, 정보추구)와 감정조절(감정환기, 외면, 이탈, 부정, 동료로 부터의 지지추구)로 구성된다[15]. 본 연구 참여 간호사들은 문제관리를 위해서는 역량강화를 실천하고 있었고, 감정조절은 감정 덜어내기, 회피하기, 거리두기, 무뎌지기의 방어적 대응을 하고 있었다.
역량강화
본 연구 참여 간호사들은 고위험신생아의 사망 문제에 대한 대처로 자신의 ‘역량강화’에 힘쓰고 있었다. 이들은 석박사 과정에 진학하고, 전문간호사 과정, 단기연수 등을 통해 지속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힘쓰고 있었다. 또한 이러한 지식과 임종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관련 사례에 대한 프로토콜(protocol)을 개발하여 고위험신생아 치료와 회복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지금도 계속 공부해요. 의료진에 의한 실수는 없도록 프로토콜도 많이 만들었어요.’
감정 덜어내기
감정조절은 방어적 양상이 두드러졌다. 이는 고위험신생아의 임종 후 자신의 감정조절이 매우 어려움을 인지한 결과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진술이 이어졌다. 이에 참가자들은 임종을 경험한 후에는 동료, 가족, 종교인 등에게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방법으로 슬프고 복잡한 감정을 ‘덜어내고’ 있었다.
‘트라우마로 남지 않게 주변에 이야기해서 그런 감정을 덜어내고 있어요.’
특히 참여자들은 고위험신생아 사망 직후 자신이 혼자 담당하는 사후 처리 과정의 스트레스를 호소하였다. 이에 참가자들은 사망 직전 함께 했던 의료진들이 그 자리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모여 서로 격려하고 인정함으로써 사망으로 인해 놀란 감정들을 덜어내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언을 하였다. 이는 또한 고위험신생아의 사망을 개인의 잘못이 아닌, 팀원이 함께 노력하였으나 어쩔 수 없이 초래한 결과로 서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있음을 첨언하였다. 또한 원내 교목실에서 환자의 영적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를 직원에게도 확대하여 고위험신생아의 임종으로 인한 힘든 감정을 덜어내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회피하기
참여자들은 또한 임종을 경험한 후 이 사건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었음을 토로하였다. 모든 참가자가 자신의 근무시간에 사망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대부분 ‘너무 힘들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서’ 그냥 피해버린 것 같다고 응답하였다.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회피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생활하면서 계속 쌓아놓기만 했고 감정을 통제한다거나 해소할 능력이 미숙하지 않았나 싶어요.’ (3년 이하)
거리두기
고위험신생아 임종에 대한 경험은 대상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돌보는 신생아에게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려 하는 양상으로도 나타났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까 확실히 아기들한테 정도 덜 주게 되는 거 같아요.’
이는 경력과 무관하게 자신을 보호하려는 반응인 것 같다며 신생아의 임종이 성인과 다른 큰 충격임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무뎌지기
참가자들은 고위험신생아의 임종으로 인한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간호 업무를 지속하기 위해 ‘무뎌져야 한다’고 ‘무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으나 10년 이상의 경력자들만 ‘무뎌진 것 같다’고 말하였다.
‘(사망을 경험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예전보다 빨리 잊는 것 같고 무뎌지면서 반복이 돼서 적응되니까 제가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3년 초과)
이외 참가자들은 명상, 요가(마음 다스리기), 잠자기, 음주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처럼 방어적 대응을 하는 이유로 간호사의 업무가 독자적인 업무와 함께 의사의 처방을 따라야 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자신이 주도적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공통적으로 제시하였다.
의미기반 대처: 안고가기, 의연해지기, 원동력 얻기
의미기반 대처는 대상자가 겪은 스트레스 사건에 대해 재해석하고 평가함으로써 긍정적인 대처 과정이 지속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15]. 본 연구 대상 간호사들은 안고가기, 의연해지기, 원동력 얻기로 제시하였다.
안고가기
대상자들은 자신이 키우던 고위험신생아의 죽음 자체를 잊을 수는 없으며 다른 아이들의 성장이 주는 기쁨을 통해 슬픈 기억으로부터 고통스럽지 않게 그러나 그 사실을 평생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아기가 죽은 건 잊을 수 없어요. 그걸 어떻게 잊겠어요. 그런데 또 건강하게 자란 아이들이 ‘오늘 앉았어요’, ‘처음 유치원 갔어요’라고 소식을 전해오면 그 기쁨이 힘든 기억을 덮어주는 거 같아요. 그래서 사는 거죠. 스트레스를 극복하기보다는 ‘이것을 안고 함께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같이 껴안고 사는 것 같아요.’ (3년 초과)
의연해지기
간호사들은 고위험신생아의 임종 발생과 이를 부모에게 알리는 등 죽음과 관계된 업무가 반복됨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성숙한 간호사로서 의연해져야 함을 강조하였다.
‘감정은 그대로 갖되 태도는 성숙하게 반응해줘야 한다고 생각이 돼요. 성숙한 간호사로서 의연해져야 하는 것 같아요.’ (3년 초과)
특히 부모에게 의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 참여 간호사들은 사망한 아이를 부모에게 보여 줄 때 같이 우는 등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그 부모에게 의료진이 무언가 실수를 해서 슬퍼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토로하였으며, 또한 전문 의료인으로서 가족들 앞에서 성숙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함을 강조하였다.
원동력 얻기
고위험신생아의 임종은 간호사들에게 큰 스트레스이나 이를 이겨내고 성장하는 아이들과의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통해 간호사 자신의 원동력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웠던 아기가 찾아오면 힘든 감정이 덮어져 가고 긍정적 피드백이 되어 계속 간호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힘들지만 후유증 없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성공적인 치료를 받고 퇴원한 환아와 그 가족이 지속적으로 신생아 중환자실을 방문하고 유대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고위험신생아를 키운 간호사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인정으로 이러한 교감을 통해 간호사가 원동력을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 찰
본 연구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고위험신생아의 임종에 대한 간호사의 경험과 이에 대한 대처과정을 스트레스-대처 모델[15]에 근거하여 탐색하였다. 환자의 임종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간호 업무 수행의 장애 요인으로 간호의 수준을 저하시킬 수 있다[6,18]. 본 연구에서도 고위험신생아의 임종으로 인한 슬픔은 성인의 임종 과정보다 강도 높은 스트레스 원천으로 확인되었으며[5], 이에 대처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본 연구 대상자들은 신생아를 간호한다는 표현이 아닌 ‘키운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고위험신생아에게 정서적으로 밀접하게 애착이 되어 있어 이들의 사망은 충격이 매우 큰 사건이었다. 이들은 이러한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었으나 개인 수준 대처의 한계가 확인되고 병원 환경 수준의 시스템 확립과 적용의 필요성 등이 나타났다.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고위험신생아를 건강하게 회복시키려는 목표를 가지고 간호를 제공하였기 때문에 환아의 죽음은 이에 반하는 그리고 원하지 않았던 결과로 매우 충격적이고 허망한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또한 기대와 다른 결과를 초래한 것에 대한 죄책감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정서적 고통을 경험하는 것은 국내외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보고되었다[5,8,9,13]. 특히 본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의 연령이 고위험신생아 부모와 비슷한 30대 전후가 많았고 간호사가 자녀가 있는 경우는 임종에 대한 슬픔을 더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5,18]. 이처럼 고위험신생아의 임종은 간호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나 임종 간호 역시 간호의 한 부분으로 이에 대해 간호사는 전문인으로서 대처해야 하며 이를 위한 지지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병원 내 조직적 차원의 지지체계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본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들도 신생아 임종 후 함께 수고한 팀원들끼리 잠시라도 함께 위로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제언하였다. 국외 연구 결과에서는 신생아 사망 시 가능한 한 시간 이내에 디브리핑(debriefing)을 통해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함을 보고하였다[13]. 애도를 위한 디브리핑은 간호사 개인, 동료 직원 그리고 가족이 함께 또는 각각 할 수 있으나 가능한 함께 애도하는 과정이 효과적임이 보고되었다. 이때 간호사와 가족 사이에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 보다 효과적인 디브리핑이 가능하고 서로의 정서적인 충격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19]. Kellogg et al. [20] 또한 간호사가 슬픔을 감추기보다 표현하는 것이 극복에 더 도움이 된다고 하면서 고위험신생아가 임종한 가족과 함께 슬픔을 표현하는 것을 격려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는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 전문가답지 못하다는 생각과 함께 가족들이 의료진이 슬퍼하는 것을 실수로 인한 슬픔으로 오해를 할까봐 오히려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을 토로하였다. 이는 슬픔의 표현에 대한 문화적인 차이도 있을 수 있으나 간호사와 가족이 모두 예민한 상태로 신뢰도가 쌓이지 못한 결과로도 유추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간호사와 가족 간에 충분한 정보를 교환하고 이 과정을 통해 의사소통을 강화하여야 한다.
간호사와 환아 가족 간의 긍정적인 신뢰관계 형성은 간호사와 가족 모두의 임종 스트레스 극복에 기여한다. 국외 연구에서는 임종으로 인한 정서적 충격 완화를 위해, 사망한 신생아의 가족과 함께 일한 동료가 지지체계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6].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신생아의 사망 시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에 대해 많이 언급되지 않았고 긍정적인 관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간호사 개인의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간호사 개인의 가족에게 사망한 환아의 이야기를 할 때는 환자 정보 보호를 준수하여야 하므로 충분한 대화에 제약이 따르게 된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간호사와 환아의 가족 모두 임종에 대해 긍정적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서로 간에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요구된다.
환아의 가족과의 유대관계 형성의 중요성은 건강하게 퇴원한 신생아와 가족들과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에서 확인되었다. 일부 장애가 있더라도 건강하게 퇴원한 신생아의 부모는 정기 건강검진 등 병원을 방문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아이의 성장과정을 간호사에게 알리고 있었고 이러한 피드백은 본 연구에서는 간호사들에게 임종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간호사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즉 고위험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을 통해 자신의 일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신생아 중환자실은 회복을 원칙으로 간호를 제공하나 고위험신생아의 사망은 발생가능하며 따라서 이들에게 호스피스와 임종간호에 대해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11]. 미국에서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표준화된 호스피스 교육인 ELNEC (End of Life Nursing Education Consortium) 과정을 개발하여 실시하고 있으며 교육 결과 임종을 앞둔 환자를 간호하는 태도와 지식의 긍정적인 변화를 보고하였다[21]. 국내 학부 교과과정에서는 호스피스와 완화 간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으므로 이에 대한 간호사 대상 교육이 필수적이다. 이 교육을 통해 간호사는 개인적으로 또는 동료들과 토론을 통해 죽음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 성장함으로써 고위험신생아를 포함한 환자의 죽음에 대해 전문가로서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다[11]. 특히 감정에 대해 공유하는 과정은 간호사에게 죄책감을 덜어내고 위안과 지지를 제공받는 과정이 될 수 있으며 한 팀으로 업무를 수행한 신규 간호사와 경력 간호사 간의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경력 간호사의 경우 본 연구에서 나타난 것처럼 자신의 쌓아두었던 감정을 정리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은 나아가 멘토-멘티 프로그램 등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 팀원 간의 의사소통 증진은 신생아 중환자실 내 수평적인 관계 형성에 기여할 것이다. 이는 고위험신생아 사망 후 간호사에게 매우 힘든 과정으로 보고되는 사후 처리로 인한 스트레스를 나눔으로써 이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사료된다.
본 연구 결과 간호사의 임종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효과적인 디브리핑, 멘토-멘티 프로그램 운영, 호스피스 학습 등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들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간호사들의 업무량이 적절하게 배분이 되어야 한다. 문헌에서도 과도한 업무량은 디브리핑의 방해요인으로 나타났으며[13] 이는 본 연구 참여자들에서도 확인되었다. 본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과도한 업무량을 ‘버겁다’고 호소하며 업무량의 조정 없이 디브리핑을 위해 추가적인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매우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임종 스트레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미루고 방어적인 대처를 하고 있었다. 방어적인 대처는 근본적인 스트레스 대처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업무량 조정이 요구된다. 이는 나아가 참가자들이 추구하는 상급학교 진학과 프로토콜 개발 등에도 기여할 것으로 사료된다.
간호사의 가족이나 친구 이외에 종교적 신념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극복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외 연구에서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적용된 것이다[8,9]. 특히 본 연구 참여자들은 병원에서 제공되는 원목실 등 종교서비스를 의료진에게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따라서 간호부서와 종교서비스 부서의 연계를 통해 간호사에게도 영적지지 서비스 제공이 요구된다.
결 론
본 연구는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를 대상으로 고위험신생아의 임종을 경험하고 이에 대처하는 간호사의 경험을 탐색한 질적 연구이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고위험신생아의 임종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일반적인 특성과 상관없이 긍정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울 만큼 스트레스 정도가 높았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의료서비스 제공의 목표는 회복이기 때문에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의 임종 경험으로 인한 스트레스 정도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프로그램의 적용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효과적인 디브리핑, 멘토-멘티 프로그램 운영, 호스피스 학습 등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의료진에게 종교서비스 확대 등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업무량이 적절하게 조정되어야 한다. 추후 임종을 함께 경험한 가족과의 관계, 건강 회복 후 퇴원한 가족과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 건강하게 성장하는 아이를 통한 원동력 강화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Notes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